"내년 9월이면 우리가 개발한 국산 코로나19 백신을 갖게 될 것이다."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코로나19 백신 임상에 들어간 제넥신의 성영철 회장은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 출시를 위한 임상 작업이 예상 수순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11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성 회장은 "이달 말 확보할 코로나19 백신 임상 1상 결과는 연말 혹은 내년 초 정식 학회나 논문을 통해 상세한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며 "임상 2a상은 연내 들어가고, 내년 상반기에 2b상과 3상을 동시 진행해 내년 9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판매 허가를 신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처럼 성 회장이 내년 9월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 출시를 자신하고 있지만 지난 10일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 성공 소식이 전해진 뒤 제넥신을 포함한 코로나19 관련 국내 바이오기업 주가는 이틀 연속 급락한 상태다.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들의 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돼 시장을 선점해버리면 제넥신과 같은 후발주자들이 뒤늦게 백신을 내놓더라도 의미 있는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시장 반응에 대해 성 회장은 "화이자 백신이 성공했다고 해서 제넥신이 개발 중인 백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에 여러 업체가 개발해도 시장 수요는 한 업체가 단독으로 공급할 수 없을 만큼 크고 충분하다는 것이다.
성 회장은 "글로벌 업체들보다 개선된 백신 제품을 만들면 사용할 곳은 얼마든지 널려 있다"며 "정부가 화이자 등 외국산 백신을 들여와 내년 초부터 고령층 등 위험그룹을 대상으로 접종에 나서겠지만, 모든 수요를 충당할 수 없기 때문에 내년 하반기부터는 우리 백신이 사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발 속도는 뒤처졌지만 가격과 효과 면에서 더 좋은 백신을 개발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게 성 회장 전략이다. 성 회장은 "(백신 개발을) 글로벌 제약사들에 비해 늦게 시작한 만큼 속도 면에서 그들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면서도 "속도 면에서 뒤처진 점을 보완하기 위해 수개월 전부터 `더 베스트 백신` 전략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베스트 백신 전략의 골자는 좀 더 안전하면서도 약효 지속력이 높고 가격 경쟁력이 있는 코로나19 백신을 내놓는 것이다.
성 회장은 "화이자 백신은 안전성뿐만 아니라 예방 효과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등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는 데다 백신을 영하 80도에서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운송·저장 문제도 좀 더 편해져야 할 것"이라며 "완성된 백신이라도 이처럼 안전성과 약효 지속성, 가격 문제 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뒤늦게 출시해도 성능과 가격 조건만 뛰어나다면 수요는 있기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화이자가 90% 효능을 낸다고 하는데 보통 60~75% 수준을 넘어선 것"이라며 "우리 백신 제품도 높은 안전성과 지속력 등을 갖추기 위해 매우 힘들지만 끝까지 도전해 보겠다"고 말했다. 또 제넥신이 개발 중인 백신의 강점은 대다수 코로나19 돌연변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돼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성 회장은 향후 임상 과정에서 필요한 다수 피험자를 모집하기 위해 국내가 아닌 국외에서 임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임상 1상은 40명에 불과했지만 2상만 해도 150명, 3상을 위해서는 최소 1만명 규모 임상 대상을 확보해야 한다"며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은 외국에 나가 3상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제넥신은 지난 6월 식약처에서 코로나19 DNA 백신 후보물질 `GX-19`의 임상 1상과 2a상을 승인받고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DNA 백신은 독성을 약화시킨 바이러스를 몸에 주입하는 기존 백신과 달리 바이러스 항원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를 인체에 투여해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바이러스 내 유전자 DNA를 분리한 뒤 대량생산에 돌입할 수 있어 간단하면서도 빨리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